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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수양록] 이갈리아의 딸들
이갈리아의 딸들
게르드 브란튼베르그
노옥재,엄연수,윤자영,이현정 옮김
황금가지
1판 1쇄 1996년 7월
1판 16쇄 1998년 3월
정치/사회 ` 사회복지 ` 여성학
독서기간 : 2009/12/7~8
여왕이 예전부터 내게 읽어보라던 책이다. 그땐 소설에 흥미가 없던 지라 나몰라라 했었다. 요즘은 소설과 시에 제법 재미를 들여 읽어보기로 하고 냉큼 읽어버렸다. 여성학, 페미니즘 소설이다. 아주 독특한 발상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남자와 여자가 뒤바뀐 세상이야기다. 내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했다.
게르드 브란튼베르그. 1941년 노르웨이 오슬로 출생. 여성해방운동가. 이 책은 1977년 영어로도 번역.
이갈리아는 여자가 남자보다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세계다. 여자가 남자의 역할을 하고 남자는 여자의 역할을 한다. 이곳 용어로 여자는 ‘움’이고 남자는 ‘맨움’이다. 움은 가정을 꾸리고 생계를 책임지며 회사를 다닌다. 성격 또한 화끈하다. 맨움은 보통 가정주부다. 살림을 하고 아이를 양육하는 일을 맡는다. 가장 아름다운 맨움은 키가 작고 통통하고 꼬추가 작아야 한다. 그래야 움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굉장히 특이한 발상은 맨움은 사춘기를 거치면 꼬추를 잘 받치고 다녀야 한다. 페호라는 것을 착용해야 한다. 페호는 맨움들이 페니스를 받치기 위해 입는 옷을 말한다.
모든 것은 움 위주로 돌아간다. 맨움은 완벽하게 움의 소유물이다. 저자는 현재 남성우위의 세상을 이렇게 소설로 깊게 꼬집고 있는 것이다. 다소 과장되어 보이기도 하지만, 어차피 해학은 약간 과장되야 제맛이다.
소설의 종반부로 가면, 맨움해방운동으로 번지게 된다. 맨움들은 그들의 거추장 스러운 페호를 던지게 된다. 마치 여성해방운동가들이 브레이지어를 던져버리는 것 처럼..
소설 초반의 독특한 소재로 인해 재미를 붙였지만, 종반으로 넘어가면서 재미가 반감되었다. 왜냐면, 다소 늘어지는 전개가 걸렸다. 저자가 여러 가지를 말하고자 하여 다소 복잡해졌다. 주의력이 분산되었다. 이점이 조금 아쉽다.
이 책은 여성학 강의시간에 교재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책이라고 한다. 책 중간 중간 야한 장면들의 묘사가 있어 자못 흥분되기도 한다. 색다른 흥분을 맛볼 수 있으니....우훗
이 책을 통해 배운 점은 현 세계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가졌다는 점이다. 평등을 외치고는 있지만, 아직도 사회 전반에 흐르는 남성우위의 분위기는 여전히 존재한다. 남자로서 아무렇지도 않았던 일이 여성에겐 힘들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여성이 되어야 여성의 마음을 알 수 있다고, 남자로서 죽었다 깨어나도 도통 여성의 마음을 알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다소 여성의 마음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책 임에는 틀림없다.
난 사실 페미니스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짜증났다. 도대체 뭐가 불만들이길래 저렇게까지 해야되는지. 행방은 무슨 해방인지. 뭐가 남성우위의 세상이라는 지 도대체 알 수 없었다. 오히려 그렇게 여성운동을 하고 다니는 여성들을 보면서 참으로 억세다. 그래 니 잘났다. 해방운동열심히 해라. 대신 니들도 군대가라. 이렇게 생각했었다. 잘못된 생각이었다.
그래도 점점 좋아지지 않는가. 세상이 점점 좋게 바뀌고 있지 않은가. 거기에 희망을 걸어본다. 그리고 나 같은 남자들이 속속 여자들의 마음알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꽤나 희망적이지 않은가.
앞으로 올 세상에는 남자와 여자로 양분된 세계가 아닌 같은 인간으로 존대받을 수 있는 세상이 오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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