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탱 게르의 귀향 Down
중세 오밀조밀하게 모여든 인간들의 모습을 표현한 삽화가 그려진 마르탱 게르의 귀향..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는 책에 대한 간략한 줄거리를 듣고 마르탱 게르의 어찌 보면 황당하고 허망하기까지 한 중세 사람들의 풍문을 그려낸 소설책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어렸을 적 자주 접하던 전래동화에 쥐가 사람으로 둔갑하여 못된 양반의 집으로 들어가 그 양반의 행세를 하다가 진짜 그 댁의 양반이 나타나 옥신각신 다투다 원님의 판결로 인해 둔갑한 쥐는 달아나 버리고, 못된 양반은 그 일을 계기로 착하게 산다는 내용의 옛날옛적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프랑스판 전래동화라고 생각해도 좋다. 마르탱 게르의 부재로 인한 공백을 메우기도 전에 오지랍과 사기 기술이 상당히 발달된 한 남자가 불쑥 이 마을로 나타나 게르의 행세를 하기 시작한다. 당연히 그 마을 사람들과 가족들은 반갑게 그를 맞아 들였고, 어느 날 오래 된 부재의 종지부를 찍으며 나타나게 된 마르탱 게르의 귀향으로 인해 이 사건의 면모가 밝혀지게 된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그 사건에 대한 내용을 전개시키진 않았다. 그보단 중세 프랑스의 배경과, 농민들의 일상사들을 연결시켜 그 시대의 살아가는 방식,그리고 사람의 심리적인 면모들을 낱낱이 해부해 보고 개인의 삶과 역사와의 밀접한 관계를 다시금 생각케 해보는 역사인문서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전래동화 속에서 둔갑한 쥐가 양반 행세를 해가며 그 집의 부인과 자식도 낳고 주인 행세를 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진짜 그 집의 주인인 못된 양반에 의해 오히려 두둔되고, 못된 양반에게 있어 인과응보라 생각하며 그저 할머니 무릎에 앉아 이야기를 듣듯 깊게 생각지 않고 바람결에 이야기를 스쳐 보낸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저 머나먼 어느 나라의 중세 시절에 실제로 일어난 이야기라면 한 번쯤은 남 이야기가 아닌 내 의식에 덧씌워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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